사회학자 에바 일루즈 연구팀은 식품점에서 피험자들에게 여러 종류의 고급 잼을 시식하게 했다. 실험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는데, 한 번은 6가지 종류를 다른 한 번은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했다. 진열된 종류에 따라 구매율이 확연히 차이가 났는데, 과연 어떤 진열대에서 구매가 더 많이 일어났을까?
정답은 바로 6가지 종류의 잼이 놓였던 진열대!
6가지 종류가 놓인 진열대를 찾은 사람들이 실제로 잼을 구매한 비율은 30%였지만 24가지 종류가 놓인 진열대에서 잼을 구입한 사람은 3%에 불과했다. 넓은 선택의 폭이 가져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였다. 사람들은 선택할 수 있는 잼의 종류가 많았을 때 1개의 잼을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소개팅 어플 <정오의 데이트>
이 연구팀은 이를 현대 사회의 배우자 선택 과정에서 일어난 거대 변화를 시장경제에서 작동하는 힘과 연관지어 분석했다. 현대사회의 데이트와 배우자 선택이라는 영역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생태'가 확산되었다. 즉, 과거보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 교통수단, 인터넷 발달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SNS, 소개팅 앱, 결혼회사 등 나와 아예 관계가 없던 사람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어느 하나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대상의 매력이 희석되고, 각각의 가치를 실감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선택의 폭이 좁다면 그 각각의 매력이 더 확연하게 다가온다. 6가지 진열대에서 보다 잼을 더 쉽게 고를 수 있었던 연구 결과처럼 말이다.
드라마 쌈마이웨이 캡쳐 이미지
책 <친밀한 타인들> 본문에 보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심리학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연구팀은 커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자 자신들의 관계를 평가해보라고 했다. 첫 번째 그룹은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그냥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생각나는대로 말하라고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자신들의 관계가 만족스럽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이유를 목록으로 정리한 뒤에 만족도를 평가하게 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커플들의 상태를 살펴봤다. 초반의 평가와 일치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 쪽은 서로의 관계를 이성적으로 분석한 커플들이 아니라 마음속 감정을 생각나는 대로 표현한 커플들이었다. 지나친 분석을 하지 않은 경우 만족도 평가가 시간이 흐른 후의 결과와 일치했다. 머리로 이해득실과 장단점을 따져봄으로서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커플보다 자신의 감정을 믿고 명료한 정신을 가진 커플들이 상대에 더욱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캡쳐 이미지
머리로 마음 속 혼란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다면 편하고 좋겠지만, 분석을 토대로 감정을 예측할 수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삶의 어떤 영역에서는 이성이나 지나친 심사숙고가 이롭기보다는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은 과연 많은 사람들 중 완벽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이 행복을 얻은 것일까? 세상에 완벽한 선택은 없다. 연인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어떤 선택이 맞을지 지나친 분석보다 자신의 감정을 믿고 본인의 선택과 상대에 온전히 집중했기에 행복한 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캡쳐 이미지
많은 이들이 혼자라는 사실을 고민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국 선택 과부하에 걸리는, 그래서 아무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외로움을 겪는다. 진실한 사랑을 꿈꾸고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자신이 선택 과부하에 걸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을 택하면 더 나은 상대를 만날 가능성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 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만난 후에도 끊임없이 이 사람보다 나은 선택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제는 내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많은 사람을 두고 '어떤 사람과 더 행복할까' 생각하기 보다 내 마음을 믿고 한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